[서병기 연예쉼터] 빅히트는 IT기업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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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빅히트는 IT기업 느낌이 난다

    • 입력 2020.10.21 00:00
    • 수정 2020.12.08 11:46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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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대중문화의 글로벌화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가수가 미국에 진출하려면 미국에 체류해야 했다. 원더걸스는 2년간 미국에서 살았다.

    BTS는 한국에 있어도 미국에 진출한 효과를 보고 있다. 아니 세계에 진출했다. 미국 방송국 라이브 토크쇼에 출연할 때 등 특별한 경우에만 미국에 가면 된다. 심지어 2020빌보드 어워즈에서 선보였던 공연도 미국이 아닌 인천공항에 마련된 무대였다.

    물론 대중문화의 글로벌화를 촉진시키는 것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중문화는 디지털 시대, 4차산업, 언택트 문화와 결합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미국 빌보드 ‘핫100’ 1, 2위에 나란히 오르는 날도 왔다. 기획력·연출력·도전정신이 돋보인 온라인 콘서트 ‘BTS MAP OF THE SOUL ON:E’(10월 10~11일)은 191개 국가에서 99만3000명의 시청자가 관람했다. 107개 국가에서 시청된 지난 6월 ‘방방콘 더 라이브’보다 무려 84개 국가가 늘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래스’가 일본에서도 크게 히트하자, 넷플릭스에서만 이뤄진 제한적 현상이라고 일본평론가들이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BTS 현상까지 나타나자 아사히 신문이 결국 제 4차 한류라고 명명했다.

    콘텐츠 수출업은 문화적 할인율이 더욱 중요해졌다. 문화적 할인은 한 나라의 문화상품이 다른 문화권으로 진입하였을 때 언어, 관습, 선호 장르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기획단계부터 문화적 할인율 낮추기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이런 작업을 가장 먼저했던 곳이 미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뒀던 할리웃 영화였다. BTS가 디지털 싱글 ‘Dynamite’을 영어 가사로 만든 것도 문화적 할인율 낮추기 전략의 일환이다.

    BTS는 방시혁 대표가 JYP 수석 프로듀서 시절 박진영과 공유했던 블랙뮤직중 디스코와, 영어가사라는 무기를 적절한 시기에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그후에는 한글가사의 랩이 포함돼 있는 노래 ‘Savage Love’로도 ‘핫100’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여러 세미나를 통해 제시된 한국 대중문화의 강점은 휴머니즘, 정(情), 꿈 같은 것들이라고 했다. 이는 문화적 할인율을 걷어내고 남는 세계적 보편성이자 지구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요소다. 빈부격차, 계급의식, 가족주의, 한국형 로맨스 등은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하위개념들이다.

    하지만 이런 강점들에 안주하는 순간 클리셰로 굳어진다. 우리의 강점을 활용하되 끊임없이 실험하고, 즐기며, 주도하고, 도전해야 한다. 그런 점을 나는 BTS와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면서 느꼈다.
    BTS의 이번 온라인 공연은 노래를 잘하는 것에서 노래, 무대를 주도하는 것으로의 완전 이행이다. 그 점에서 ‘블랙 스완’에서의 지민의 감각적이고 파워풀한 현대무용 독무 파트와 RM의 ‘PERSONA’ 무대는 단연 돋보였다.

    로맨스와 계급 차이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주제가 주는 신선함을 장착해 호평받는 ‘보건교사 안은영’은 과거에는 드라마 같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제는 국내외에서 대단한 드라마가 됐다. 끊임없이 실험한 결과다.

    이제 BTS 같은 혁신적인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낸 회사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주 청약에 약 58조4237억원이 몰렸다. 경쟁률은 606.97대 1이며, 공모가는 13만5000원이었다. 

    빅히트는 지난 15일 엔터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에 상장했다. 상장후 주가가 떨어졌지만 앞으로 어떤 추이를 보일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엔터사의 주식부자들은 엔터사끼리의 랭킹이었다. 이수만 배용준 양현석 박진영 등의 이름이 올랐다. 하지만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는 우리나라 전체산업의 주식 부자 랭킹에 오르게 된 것도 엔터업계의 새로운 현상이다.

    그래서인지 빅히트는 SM, YG, JYP엔터와 가는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엔터 3사는 연예기획제작사, 대형기획사라고 불렀다. 빅히트는 음악 기획 제작사라기 보다는 IT 기업 느낌이 난다.

    빅히트가 IT 기업의 모습을 띠게 된 건 단순했다. 한국의 음악 시장 규모는 1조원 정도로, 14조가 넘는 국내 게임시장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음악과 게임 소비에 비슷한 시간을 투자하는 데 이런 결과치가 나온데 대해 방시혁 의장은 “음악산업의 가치가 아직 떨어져 있다는 의미” 또는 “음악 관련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많다”라고 해석했다.

    방시혁 의장은 음악산업의 가치와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음악산업의 혁신’을 강조하며 음악산업 생태계를 바꾸겠다고 했다. 빅히트는 음악게임 전문회사 수퍼브를 인수했고, BTS 멤버들로 인터넷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빅히트의 자체 플랫폼 ‘위버스(Weverse)’는 ‘빅히트 생태계’의 중심이자 ‘팬덤 문화의 집약체’다. 글로벌 IT 기업이 하는 플랫폼 사업과 점점 유사해지고 있다.

     

    빅히트는 오프라인·온라인 공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와 음악 등 원천 IP로부터 캐릭터, 세계관과 같은 2차 IP로 확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가 사업모델을 만들어왔다. 방탄소년단의 ‘굿즈’가 엄청나게 많이 팔리는 것은 단순히 인기가 높아서가 아니다. BTS에게는 ‘굿즈’라는 용어가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와 의미 부여가 잘 돼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일정을 취소했음에도 올 상반기 실적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팬덤이 강하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팬덤이 강해도 콘텐츠화와 사업화를 시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빅히트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레이블과 비즈니스, 팬덤을 연결하는 무한대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생태계를 조성해놨다. 이익창출에서 가치창출 시대로 넘어오고 이용자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시대에 중요해진 공감능력과 진정성을 무기로 삼고 더 좋은 콘텐츠를 내놓겠다고 한다.

    사람들이 ‘연결’(Connect)하고 싶은 욕구를 글로벌하게 충족시키며 참여도 극대화시키고 돈도 버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문화콘텐츠 사업의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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