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문학상, 문학촌 계속되는 갈등과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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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문학상, 문학촌 계속되는 갈등과 대립

    이순원 문학촌장, "전임 이사장이 문학사료 탈취" 주장
    전상국 전 이사장, “협약서 몰라 생긴 일. 다 반환했다”
    지역 문단도 둘로 나뉘는 분위기...속히 해결책 찾아야

    • 입력 2020.10.14 00:02
    • 수정 2020.10.15 00:11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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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초롱 기자)
    (사진=신초롱 기자)

    김유정문학상 운영 주체를 놓고 불거진 김유정문학촌(촌장 이순원)과 김유정기념사업회(이사장 김금분)의 갈등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춘천 지역사회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측의 쟁점은 △김유정문학상 운영 주체 △김유정문학촌 보관 자료 유출 등이지만 배경에 김유정문학촌 전·현직 운영진 간 알력이 깔려 있어 원만한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춘천시는 김유정문학촌 운영을 2010년부터 2019년말까지 김유정기념사업회에 위탁했으나 올해 1월부터 춘천문화재단으로 위탁운영 주체를 변경했다. 춘천문화재단은 올해초 이순원 소설가를 김유정문학촌장으로 위촉했다.

    김유정문학촌 운영 주체가 변경된 후 몇달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김유정문학상 운영 주체를 놓고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후 양측은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서·소식지 등을 통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다. 

    특히 최근 발간된 <실천문학> 가을호에 이순원 문학촌장을 옹호하는 입장인 하창수(강원작가회의 춘천지부장) 소설가가 '김유정문학상, 이대로 두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중앙 문단으로도 불똥이 튄 모양새가 됐다.

    ◇김유정문학촌 운영주체 변경

    춘천시는 지난해 10월 김유정기념사업회의 김유정문학촌 위탁기간이 연말 종료되기에 앞서 민간위탁사업자 모집공고를 냈다. 하지만 2010년부터 김유정문학촌을 위탁받아 운영하던 김유정기념사업회는 민간위탁사업자 공모에 단독 응모했다가 취소했다. 

    시는 김유정기념사업회 측이 응모를 취소하자 11월 또다시 위탁운영단체 모집 재공고를 냈지만 신청단체나 기관을 찾지 못했다. 시는 결국 춘천문화재단(이사장 최돈선)에 김유정문학촌 위탁관리를 맡겼다. 

    당시 김유정기념사업회측 관계자는 “기념사업회가 문학촌 운영을 오래 맡아 왔는데 이제 새로운 단체가 맡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이때 이미 김유정기념사업회와 춘천시·춘천문화재단 간 갈등이 시작됐다고 추측한다.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위탁운영단체 공고에 응모했다가 취소한 것도 갈등의 한 갈래로 보는 이도 있다.

    ◇'김유정문학상 시에서 운영' 조례안 반발 불러

    김유정문학상(상금 3000만원)은 춘천 출신 소설가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을 기리기 위해 2007년 제정된 전국적으로 인지도 있는 문학상이다. 

    지난해까지는 별 잡음 없이 시행돼 왔으나 올해 제14회 김유정문학상 진행을 앞두고 김유정기념사업회와 춘천문화재단·김유정문학촌이 서로 운영을 맡겠다고 다투면서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춘천시는 지난 4월 문학상 주최자를 춘천시로 규정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해 기념사업회 측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5월 들어 기념사업회·춘천예총·춘천문인협회를 중심으로 '김유정문학상지키기 시민운동본부'가 출범하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갔다.

    이후 춘천지역 문학계도 춘천시·춘천문화재단·김유정문학촌 등이 참여한 김유정문학촌발전추진위원회와 김유정문학상지키기 시민운동본부로 나뉘어 대립하는 상황이 조성됐다. 

    갈등은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지난 9월 정지아 소설가를 제14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폭발했다.

    ◇김유정문학촌 사료 '유출' 논란

    최근 김유정문학촌 측은 ‘2020 김유정문학상 백서’를 통해 기념사업회의 문학촌 '사유화' 논란, 전상국 전 이사장이 문학촌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문학사적 자료 200점을 '탈취'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김유정문학촌 이순원 촌장은 “2019년 기념사업회가 위수탁 신청 철회를 결정한 후 문학촌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한국문학사의 소중한 자료 200점을 자신이 기념사업회 이사장 시절 받은 물품이라는 이유로 탈취해갔다”며 “설사 기증받는 단체 이름을 김유정기념사업회라고 꾸며놓았다 하더라도 그 소중한 자료는 기증자들이 김유정 선생과 김유정문학촌을 보고 문학촌에 기증한 것이지 전상국 개인에게 기증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료를 반환하지 않거나 일부만 반환한다면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문학촌발전추진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전상국 전 이사장은 지난 8일 서면 입장문을 통해 ‘수장고에 있는 200여점 자료의 횡령 및 탈취 건’에 대해 반박했다. 전 전 이사장은 전 강원대 국어교육과 박민일(2016년 작고) 교수로부터 ‘중앙문단의 문인 육필원고’ 등이 포함된 친필자료를 기증받았고, “전 교수 개인이 소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박 교수의 뜻에 따라 2018년 이사장직을 그만두면서 자료 192점을 인수해갔다고 밝혔다.

    그는 기념사업회와 춘천문화재단 간에 위수탁협약서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하며 “자료를 받아올 때 누군가 그런 규정이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만 줬으면 아무리 그것이 ‘내 것’이라고 해도 가져오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위수탁협약서’ 규정을 알지 못해 가져온(직원이 직접 내준) 그 ‘친필자료’ 파일만은 김유정기념사업회에 보관했던 ‘내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념사업회에 기증된 자료를 내가 ‘빼앗듯이 무단으로 탈취 횡령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전 전 이사장은 "아직 돌려주지 않은 자료들이 있다"는 문학촌 측 주장에 대해 13일 “지난 10일 재단 직원들이 찾아와 다 돌려줬고, 돌려준 것 외에 더 갖고 있는 자료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어떤 자료를 내가 돌려주지 않았는지 알려달라고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유정기념사업회의 작가 수수료 시비

    김유정문학촌은 기념사업회가 문학촌 운영을 해오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익을 챙겼고, 비공식적으로 책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기념사업회의 자산 축적에 보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학촌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를 제공해 얻는 저작권료 수입도 기념사업회 수익으로 들어가고,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발간을 통한 저작권료 취득도 큰 수입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유정기념사업회는 인세 '편취' 의혹에 대해 “출판사는 관행대로 출판권설정에 따른 인세를 배분했고, 기념사업회는 관리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2%의 인세를 받은 것”이라며 “작가 인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출판사 운영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념사업회가 출판권자라면 책의 판권에 표기됐을 것이다. 그런데 수상작품집의 어떤 책에도 어느 곳에도 김유정기념사업회는 글자 자체가 없다”며 “즉 기념사업회는 출판권자도 아닐뿐더러 저작권자도 아니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유정기념사업회 김금분 이사장은 문학상, 운영주체 변경 등의 갈등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낼 생각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상국 전 이사장도 인세 시비나 사유화 논란 등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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