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53년째 같은 자리’ 춘천 ‘독일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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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53년째 같은 자리’ 춘천 ‘독일제빵’

    국내서 손꼽히는 제과 명인 故 현영수 대표가 세워
    53년간 한 자리 ‘꼿꼿이’…춘천서 제일 오랜 역사
    호텔과 차이없는 비주얼+맛 ‘수제 호두파이’ 눈길

    • 입력 2020.10.09 00:01
    • 수정 2023.09.07 12:3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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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1968년 오픈 이후 53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일제빵' 외부 전경. (사진=신초롱 기자)
    1968년 오픈 이후 53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일제빵' 외부 전경. (사진=신초롱 기자)

    여행할 때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꼽히는 ‘힙플레이스’는 도시마다 있기 마련이다. 대전 ‘성심당’, 안동 ‘맘모스제과’ 등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은 방문객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춘천에도 오랜 역사를 가진 채 골목을 지키고 있는 빵집이 여러 곳 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곳은 중앙로1가에 위치한 ‘독일제빵’이다.

    춘천 명동에서 강원도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독일제빵 간판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소위 말하는 요즘 트렌드와 다르다. 해외여행이 활발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막연한 동경 때문인지 유독 ‘독일’ ‘블란서’ ‘파리’ ‘영국’ ‘로마’ 등의 해외 지명을 딴 간판이 많았다. 독일제빵 역시 당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이 같은 상호를 내걸었으리라 짐작된다. 이로 인해 이곳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이들도 가게 앞에 서면 예사롭지 않은 곳이라는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사실 관광객보다도 춘천 토박이들 사이에서 오래된 빵 맛집으로 더욱 잘 알려진 독일제빵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제과 명인이었던 故 현영수 대표가 1968년 문을 열었다. 오픈 이후 장소를 한 번도 옮기지 않고 53년간 한 길목을 지키고 있다는 점도 괄목할 만하다.

     

    (사진=신초롱 기자)
    역사를 머금은 독일제빵의 빵들. (사진=신초롱 기자)

    한때 직원 10여명을 두기도 했다는 독일제빵은 소수의 인원만으로 명백을 이어오고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현 대표는 다수의 제자를 배출했다. 그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전수받은 제자들은 가게를 차려 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곳은 없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 대표의 며느리이자 운영을 맡고 있는 장명희 대표는 “세월이 흐르다보니 변수가 많이 생기더라”며 아쉬워했다.

    늘 단골 손님으로 들끓던 이곳은 그 시절을 벗어나지 않은 인테리어와 한결 같은 품질과 맛으로 방문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동네빵집이라는 간판 말고도 내세울 만한 메뉴가 필요했던 상황에 장 대표 부부는 호두파이를 떠올리게 되고 이제는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찾는 이들이 늘었다.

    한눈에 봐도 토핑이 풍부하고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하는 독일제빵의 호두파이는 냉장 보관 후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냉동 후 해동하지 않은 상태로 먹는 것도 별미다. 한 가지로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곳의 호두파이를 꼭 먹어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수제 호두파이. (사진=신초롱 기자)
    수제 호두파이. (사진=신초롱 기자)
    먹기 좋게 포장된 '호두파이', 선물용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사진=신초롱 기자)
    먹기 좋게 포장된 '호두파이', 선물용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사진=신초롱 기자)

    질 좋은 재료와 정성이 깃든 호두파이는 호텔에서 판매하는 것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맛을 자랑한다. 나이가 있는 은퇴 부부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던 장 대표는 자신의 기억에 잊을 수 없는 손님을 떠올렸다. 그는 “대접해야 할 지인, 손님들의 선물로 꼭 호두파이를 사가시던 손님이 어느 순간부터 오시지 않더라”며 “알고보니 직장을 은퇴한 후 타지로 옮겨가셨기 때문이더라”고 말했다.

    늘 마음 한편에 손님에 대한 고마움을 품고 있는 장 대표는 손님의 주소를 수소문해 호두파이를 택배로 보낸 적이 있을 정도라고. 그는 “정말 한 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방부제가 전혀 첨가되지 않은 빵들. (사진=신초롱 기자)
    방부제가 전혀 첨가되지 않은 빵들. (사진=신초롱 기자)

    호두파이 외에도 독일제빵에서 판매하는 빵 종류는 60여가지가 된다. 방부제 없이 건강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빵들은 프랜차이즈 빵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비싼 것이라야 1900원 남짓한 빵들은 많이 담아도 프랜차이즈 빵 가격에 비할 바 못 된다. 다른 빵집에는 가볼 일이 거의 없는 장 대표는 “특히 서울에서 오시는 분들이 착한가게라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특히 빵집의 역사와 같은 세월을 머금은 그 시절의 빵도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땅콩 향이 일품인 마카롱은 50년째 변함없는 맛을 자랑한다. 흔히 보이는 형형색색의 달기만 한 마카롱과는 다른 모습이다. 색소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재료 본연의 색을 내고 있는 마카롱을 장 대표는 ‘건강한 마카롱’이라고 소개했다.

     

    땅콩 마카롱과 사각구스빵. (사진=신초롱 기자)
    땅콩 마카롱과 사각구스빵. (사진=신초롱 기자)

    몇 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 중이라는 장 대표는 가격 인상 계획을 세우더라도 이를 시행하지 못했다. 부담없는 가격에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가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70~80년대 맞선과 미팅의 장소였다가 이제는 학생이었던 손님들이 향수에 젖어 추억을 얘기하는 사랑방이 된 독일제빵에 있어서 손님들이 겪은 수많은 일화는 소중한 자산이자 성장 동력이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추억을 가득 머금은 독일제빵을 이끄는 장 대표는 “늘 정직하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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