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로컬푸드] “씻어 먹으면 손해!” 춘천 ‘만나포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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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로컬푸드] “씻어 먹으면 손해!” 춘천 ‘만나포도원’

    • 입력 2020.09.19 00:01
    • 수정 2023.09.07 12:36
    • 기자명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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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농민과 도시민이 상생하면서 먹거리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 지역 경제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로컬푸드’를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정부에서 증산정책을 펼치던 1986년, 감산농법에 해당하는 유기농 재배에 일찍 눈떠 피땀 어린 노력으로 포도원을 일군 농부가 있다. 바로 만나포도원의 김기천·위경옥 부부다. 그들은 2001년 친환경 유기재배인증을 받아 씻지 않고 먹어도 건강한 포도를 개발했다. 매년 규모를 넓혀 현재는 약 3만㎡(9000평)에서 매년 40t의 포도를 수확하는 포도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만나포도원 농원 (사진=박지영 기자)
    만나포도원 김기천 대표 (사진=박지영 기자)
    만나포도원 김기천 대표 (사진=박지영 기자)

    포도 단지로 유명한 충청남도 입장이 고향인 김기천씨는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경험으로 군 제대 이후 1974년에 포도 농사를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아내의 고향인 춘천에서 장인께 작은 포도농원을 가꿔 드리며 ‘강원도가 충청남도보다 기온이 낮아 유기농 재배에 유리한 환경임’을 깨닫고 춘천으로 이주, 만나포도원을 열었다.

    청년 시절부터 포도농사를 비롯해 사과, 배 등 각종 농사를 지으며 농약중독도 겪었던 그는, 다니던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 교사로 활동하던 중 “나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깨끗이 해야한다”는 가르침을 얻고 친환경 농법을 결심했다. 포도원의 이름도 구약성경에서 말하는 하늘의 양식 ‘만나’에서 따왔다.

     

    만나포도원 포도 포장박스 (사진=박지영 기자)

    만나포도원은 유기농 농자재를 이용함과 동시에 봉지재배를 함으로써 포도 표면에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했다. 박스에 쓰여진 “씻어 먹으면 손해”라는 말처럼 포도의 당이 표면에 형성한 과분과 영양소까지도 섭취할 수 있는, ‘껍질째 먹어도 안전한 포도’를 실현하고 있다.

    그는 친환경 농법에서 중요한 것으로 첫째는 ‘벌레’, 둘째는 ‘병균’을 꼽았다. 벌레를 억제하고 퇴치하는 건 주로 식물 성분으로, 림 오일이나 제충국 등으로 구성된 농자재를 이용한다고 했다. 병균은 미생물을 통해 제거하는데, 바실러스와 같은 유익균이 배양된 친환경 농자재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또, 풀도 하나의 중요한 농자원임을 강조했다. “풀이 없으면 땅이 말라 유익한 미생물이 자라지 못한다”며 “땅이 망가지지 않도록 거름기가 많은 풀들을 일부러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잡초로 땅이 영양분을 잃을 우려가 있다 한들, 농약을 쓰기보다는 염소들을 풀어 자유롭게 뜯어먹도록 하고 있다.

     

    만나포도원의 샤인머스캣 (사진=박지영 기자)
    만나포도원의 샤인머스캣 (사진=박지영 기자)

    만나포도원의 포도는 세심한 관리를 통해 수확된다. 먼저 시중보다 맛있는 당도의 단계(브릭스)를 파악한 뒤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감으로 그 당도에 해당하는 포도만 선별하고 있다. 때문에 유기농 재배를 이유로 방문하는 손님보다 높은 당도와 신선함 때문에 오는 손님이 두 배 더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시중에 흔한 ‘캠밸’ 포도 이외에 ‘거봉’, ‘머루’, 요즘 뜨는 ‘샤인머스캣’ 등 총 10여종의 다양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이로써 8월부터 10월까지의 긴 수확기를 확보했으며, 소비자로 하여금 새롭고 신선한 마음을 일으켜 활발한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포도를 재배하는 만큼 ‘삼색포도’ 세트를 구성해 판매하는데 이는 여러 품종을 고루 섞어 초록, 보라, 빨강의 세 가지 색이 나도록 구성한 것이다.

     

    만나포도원에서 판매하는 포도주 (사진=박지영 기자)
    만나포도원에서 판매하는 포도주 (사진=박지영 기자)
    만나포도원 포도주 브루어리 (사진=박지영 기자)
    만나포도원 포도주 브루어리 (사진=박지영 기자)

    1차농산물 이외에도 수확한 포도의 40%는 포도주, 포도즙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포도주 발효과정에서도 아황산 등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포도즙은 예부터 내려온 전통적 방식으로 중탕 축출한 뒤 6개월동안 숙성해 만든다. 인체에는 무해하나 이물감을 느낄 수 있는 주석 침전물을 없애기 위해 재여과하는 등 정성을 다해 생산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2004년에 전국 최초로 유기농 포도즙 품질인증도 받았다.

    코로나19와 계속되는 장마, 태풍으로 인해 만나포도원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휴교령에 따라 학교급식 납품이 한동안 끊기기도 했으며 부가 수입이 창출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일체 중단됐다. 비가 많이 내려 농장 포도의 10%가 터지거나 부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피해 복구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만나포도원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맛’이다. 친환경은 농사의 방법일 뿐이라 말하며 “포도 농사의 주인은 내가 아니고 포도예요. 포도의 진짜 모습은 맛있는 과일, 맛있는 것으로 태어나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거거든요”라고 말했다. “포도가 맛있도록 임무를 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며 앞으로는 면적을 줄여 더 세심한 관리를 통한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만나포도원은 추석 맞이 특별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조혜진 기자 jjin176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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