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방탄소년단, 빌보드 싱글 2주연속 1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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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방탄소년단, 빌보드 싱글 2주연속 1위의 의미

    • 입력 2020.09.09 08:23
    • 수정 2020.12.10 14:08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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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HOT) 100’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9월 8일 빌보드 차트는 방탄소년단이 9월 1일 ‘핫(HOT) 100’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1위를 차지한 이후 또 한주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주에는 ‘24kGoldn’의 ‘Mood’가 12위에서 8위로 올라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음도 알렸다.

    빌보드 ‘핫(HOT)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전 세계에서 제일 인기 있는 가수라는 뜻이다. 스포츠로 따지면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 또는 올림픽 경기 종목 우승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무려 1조 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싱글차트 1위는 미국 음악시장의 성격까지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높은 완성도와 함께 전략의 성공이라는 말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왜 이 말이 중요할까? 디지털로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아무리 좋은 물건(콘텐츠)을 만들어도 거래유통 방식과 현지의 소비 트렌드를 잘 모르면 판매하기가 매우 힘들다. BTS가 이번에 이것까지 해결해 대중음악으로 명실공히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볼때, 자연발생적으로 구매가 이뤄진 싸이의 ‘강남스타일’(‘핫 100’ 7주 연속 2위)의 경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펀(fun) 송, 파티 송, 코믹 송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따라하면서 전세계의 대중적 소비가 이뤄졌다.

    반면 ‘다이너마이트’는 미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 수립과 팬덤에 기반한 시스템을 갖춰나간 것이 이번 성과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는 점점 진화해가며 높은 완성도에 이르고 있는 음악에 유통 시스템을 돌파할만한 전략까지 갖춘다면 한층 더 지속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의 코어팬인 ‘아미’는 아메리카 대륙에 널리 분포돼 있다. 아미 세계 지도 분포도를 보면 북미,중미, 남미가 유난히 빨간 색으로 칠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시장도 전략만 갖추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를 위해 BTS가 기존 방탄소년단이 추구해온 K팝 스타일에서 약간 변화를 주기는 했다. 

    8월 21일 발매된 ‘다이너마이트’는 처음으로 100% 영어 가사로 만들어졌다. 방탄소년단이 일본어로 음반을 만든 적은 있지만, 매번 한국어로 제작했었다. 

    음악도 1970~8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디스코 풍을 차용하는 등 팝스러운 느낌을 대폭 강화했다. 70~80년대의 신나는 디스코 리듬에 맞춰 추는 춤은 조금 나이가 든 세대들까지도 친숙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멤버들이 좀 더 어른스러워보이는 스타일을 하고, 코로나19로 좀 더 유쾌하고 신나는 멜로디를 선보인 것, 이런 음악을 콜롬비아 레코즈를 통해 유통시켰다는 점 등이 잘 맞아떨어졌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다이너마이트’ 성공으로 영미 팝 신에서 디스코를 유행하게 만드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비지스의 ‘Stayin’ alive’나 ‘Tragedy’, 도나 섬머 등이 유행시킨 70년대 디스코는 미국 중년들에게도 익숙하다.

    이렇다 보니 ‘다이너마이트’는 ‘피 땀 눈물’ ‘DNA’ ‘페이크 러브’ ‘IDOL’ 등 방탄소년단의 전작들과의 분위기와는 달라졌다. 하지만 밝고 청량한 에너지와 긍정적인 메시지의 분위기속에서도, 사소한 동작으로도 매력을 뿜어내는 잔망미의 매력만은 여전하다.

    BTS가 영어로 노래를 만들고, 작곡, 프로듀서도 멤버들이 직접 하지 않고, 영국의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에게 맡긴 것은 ‘핫100’에서 중요한 고려 대상인 라디오 방송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뮤지션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Jessica Agombar)가 작사·작곡에 참여하다 보니, 가사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미 프로 농구 선수 ‘르브론’(LeBron)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한다. ‘르브론 처럼 높이 점프해’라는 문장이다.

    빌보드 ‘핫100’ 성적은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등 음원 소비량, 유튜브 조회수, 라디오 방송 횟수 등 3가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BTS의 기존곡들은 스트리밍 실적과 음원 소비량, 유튜브 조회수는 월등하고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난데도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가 다른 팝가수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비영어권 노래는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가급적 배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Dynamite’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포인트는 9월 6일까지 1600만 라디오 에어플레이를 기록했다. 또 9월 3일까지 미국 스트리밍 횟수가 1750만 회, 다운로드는 18만2000회에 달했다.

    지금까지 방탄소년단은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는 1위에 4차례나 올랐지만 ‘핫 100‘에서는 지난 2월 발매한 정규 4집의 타이틀곡 ‘온(ON)’의 4위가 최고성적이었다.

    따라서 BTS의 이번 ‘핫100’ 1위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세계인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한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코리아 컬처에 대한 강화된 관심과 함께, 한국 음식과 한국상품의 선호도 상승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흥분할만한 일이다. 

    미국에서 요즘 가장 핫한 여성 래퍼 여가수 카디비(Cardi B)와 그래미 어워드 등 각종 시상식에서 굵직한 상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드레이크가 방탄소년단 아래에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다. 

    이제 관심은 방탄소년단의 기록은 얼마나 지속력을 가질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SNS를 주요 활동기반으로 삼는 글로벌 아미는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는 코로나19 환경에서도 맹활약이 기대된다. 그러니 전망은 무척 밝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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