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나 지금 제대로 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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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나 지금 제대로 살고 있나?

    • 입력 2020.08.28 00:01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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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필자는 ‘경춘인생’이다. 춘천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이사왔다. 줄곧 서울서 살다가 1990년 직장을 따라 다시 고향에 정착했고, 정년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진입했다. 통상은 은퇴 후 주거지로 시골이나 중소도시를 선택한다. 서울로 돌아가는 이유는 순전히 교회 때문이다. 20분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쾌적한 환경에서 통상 1시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곳, 더욱이 코로나 불구덩이로 들어간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지만, 이유는 단 하나다. 귀한 말씀으로 훈련되지 않으면 삶이 황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내렸다. 기차를 타고 있을 때에는 안전하고 편안했는데, 막상 내려보니 어디로 어떻게 갈지 당황스럽기도 하다. 열차 속에서의 삶이 훌륭했던 것도 아니다. 앞자리 승객과도 옆 칸의 승객과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고, 승무원 심지어 기관사와 다투기도 했다. 또 대통령에게 억울하다고 직접 진정을 낸 적도 있다. 지나 보니 부질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정당했고 당당하기도 했다. 재직시절에도 올바른 삶에 대해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교수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제 기차에서 내리고 보니,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는가가 고민된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첫째, 올바르고 유익한 글을 쓰고자 한다. 필자의 전공은 인권과 권력통제여서 정치비판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그러다 보니 집권당이 보수건 진보건, 세상의 권력과 시류에는 늘 역행하게 된다. 출세에 마음이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쓴다. 꼬집는 글이 더 맛깔스러워 보일 때가 있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보여 적절한 방법은 아니었지 싶다. 그러나 내용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둘째, 나의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도록 해야겠다. 인생 일모작에서는 헌법을 공부했지만 이모작에서는 진화의 허구와 문제점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서재에는 이모작에 필요한 책들로 가득 차고 있다. 헌법 책은 제자들에게 많은 부분을 넘겼기에 얼마 되지 않는다. 요즈음 시간의 대부분을 진화의 허구성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 확장에 미력이지만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셋째, 나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도록 해야겠다. 나이 먹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나이값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내 경험을 4-50대의 ‘젊은이(?)’에게 지혜롭게 전해주고 싶다. 권위적이거나 훈계조가 아닌 그리고 자기과시도 아닌 열린 마음으로 나누고 싶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완고해지기 쉬운데 겸손으로 허리띠를 매고자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나이 듦’의 아름다움을 얻기 어렵다. 열린 마음으로 ‘영혼의 젊음’을 유지해야, 육체의 노화도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를 묻는다. 대부분 염려하는 분위기다. 잘 지낸다고 할 뿐 달리 할 말이 없다. 어떤 이는 퇴직 후에도 연구나 활동을 활발히 하기도 한다지만, 필자는 특별한 일이 없다. 학기 중에는 대학원 강좌를 하나 맡고 있어 연구를 아예 놓은 것은 아니지만, 재직 시에 미치지는 못한다. 신문에 칼럼 게재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그리 많은 것만도 아니다.  
    퇴직 후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설거지다. 마침 아내가 손목을 다쳐 불가피하게 설거지를 시작하게 됐는데 만만치가 않다. 단순 작업에 불과한 이 일을 30년 넘게 해온 아내가 고마울 뿐이다. 며칠 했는데 그만두라고 한다.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또 하나는 아침을 준비하는 일이다. 집 근처 맛있는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사온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즐겁고 행복하다. 아내는 전문으로 할 수 있는 요리 한두 개를 개발해보라고 하는데, 글쎄다. 말이 한두 가지지, 라면이나 스크램블로 족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들풀도 아름답고 작은 곤충도 귀엽다. 심지어 징그럽게 보였던 벌레들도 덜 징그러워 보인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하나님의 작품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느끼고 있다. 소중한 하루하루가 모여 내 나이를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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