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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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 입력 2020.08.13 00:01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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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하, 만신)은 도킨스를 진화론자에서 일약 유명한 ‘무신론 철학자’로 만들어주었다. 허구와 억지로 도배한 ‘눈먼 시계공’보다는 유익했지만, 읽을만한 책에는 한 참 미치지 못했다. 예상대로, ‘만신’은 ‘기독교 및 하나님’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원제목은 “THE GOD DELUSION”(신 망상 또는 신에 대한 망상)인데, 책 판매 증대를 위해 ‘만신’으로 했다.

    만신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작은 소제목으로 나뉘며, 본문만 570면의 제법 두꺼운 책이다. 필자는 통상 한 권의 책을 연속 두 번 읽고, 두 번째에는 간단한 메모를 하는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다. 만신의 경우 영적 유익을 주는 것이 아니어서, (물론 지식전달도 없었지만) 지루하고 매우 힘들었다. 신의 존재 여부는 새삼스럽게 다시 논의할 내용이 없을 정도로 모두 다루어진 것이라, 별 기대는 안 했다. 혹시 했지만 역시였다.

    만신에서 첫째, 도킨스가 매우 무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약성서의 신은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불쾌한 주인공이라고 하면서, 시기, 거만, 불공평, 복수심에 불타고, 좀스럽고, 여성혐오, 동성애 증오, 유아살해, 대량학살, 변덕, 심술궂은 난폭자라고 한다. 하나님을 ‘성서의 괴물’이라는 무례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성적 비판이 아니라 감정 섞인 조롱이다.

    둘째, 도킨스의 편협성을 보여준다. 신앙은 유해한 망상이라고 하면서, 정신장애의 한 증상이라고 한다. 신앙은 눈먼 신뢰이며 티끌 만한 증거조차 없다고 한다. 신앙을 가진 모든 인류에 대한 모독으로 들린다. 반면 다윈주의는 이러한 망상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다고 한다. 뇌를 분석해도 사상이나 감정을 찾을 수 없고, 신은 현미경으로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급한 접근으로 정신질환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류의 정신질환은 의학적으로 어떤 병으로 분류하는지 모르겠다. 병이 깊어도 너무 깊다.
      
    셋째, 도킨스가 깊이가 없음을 말해준다. 성경을 아는 척하는데, 성경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모르고 있다. 예수의 처녀잉태와 부활은 과학적으로 모두 아니기에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또 성경의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복음)의 내용 중 충돌하는 부분을 가지고, 성경은 믿을 수 없고, 성경을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성경을 깊게 공부한 것이 아니라 비판서만 대충 읽고 내키는 대로 말하고 있다. 예수의 처녀잉태와 부활 등은 과학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수십억이 넘는 사람들이 이를 믿고 있다면 왜 그럴까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충분하다. 또한 복음서의 내용이 충돌하는 외관을 지니고 있지만 한 걸음만 들어가 보면 모두 설명이 가능한 매우 간단한 문제에 불과하다. 자기만 못해서 ‘의심과 의문투성이’에 목숨을 걸거나 인생을 걸지 않는다.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수학적 차원의 엄격한 증명은 불가능하지만, 완화된 증명은 가능하다. 중세 최고의 교부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의 존재를 다음의 방법으로 증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퀴나스는, 무엇인가 최초의 움직임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가 신이며, 또 자체가 원인인 것은 없으니, 최초의 원인을 신이라고 했다. 또 어떤 물체도 존재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데 지금은 물체들이 존재하므로, 그것들을 출현시킨 비물리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기에, 우리는 그를 신이라 부른다고 했다. 완화된 증명이지만 존재에 대한 증명으로 매우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도킨스는 마치 신의 부존재를 입증할 수 있다는 듯이, “신이 없는 것이 거의 확실한 이유”를 한 장에 걸쳐 다룰 정도로 당당했지만, 내용 없이 마친다. ‘만신’은 무신론자의 선언문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여러 주장을 혼란스럽게 짜깁기한 것으로, 학문적 기초가 결여된 반종교적 생떼에 불과하다. ‘만신’은 다윈에 기대어서 무신론 논의에 숟가락 하나를 얹었을 뿐이다. 

    인류는 모든 역사에서 예외 없이 무수히 많은 신을 가져왔다. 인간이 그렇게 많은 신을 찾는 것은 인간은 영적인 것을 사모하고 영적인 갈증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신’은 신이 없다고 하지만, 성경은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사람 속에 있으며,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이 만물에 분명히 알려져 있어 사람들이 핑계하지 못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하나님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창조주 부정으로 인한 ‘확고한 절망’에서 벗어나 하나님 안에서 기쁨과 자유를 누렸으면 한다. 게티즈버그의 ‘무에서, 무에 의해, 무를 위한’ ‘무신 선언문’은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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