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닭갈비의 글로벌화를 꿈꾸다” 춘천 ‘광수유통’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우리동네 소상공인] “닭갈비의 글로벌화를 꿈꾸다” 춘천 ‘광수유통’

    신념(信念)과 원칙(原則)으로 11년째 운영
    필리핀 세부 체인점 오픈으로 글로벌화 선도
    닭·양념 재료 모두 국내산…“신선도가 최우선”

    • 입력 2020.08.12 00:01
    • 수정 2023.09.07 12:3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시민들에게 ‘닭갈비’는 빼놓을 수 없는 소울푸드(Soul food)다. 무엇을 계기로 춘천을 대표하는 지역 음식이 되었는지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춘천시가 제정한 유래에 따르면 1960년대 돼지고기 음식점을 운영하던 김영석 씨가 돼지 파동으로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닭을 뜬 뒤 갈비처럼 만들어 양념에 재워 팔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춘천에는 닭갈비 거리가 조성될 정도로 오늘날까지 성업을 이루고 있다. 유명한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에서도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해 아쉬워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곳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퇴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길목에는 11년째 남다른 소신으로 닭갈비의 글로벌화를 꿈꾸는 이가 있다.

     

    11년째 '광수유통'을 운영 중인 이광수 대표. (사진=광수유통 제공)
    11년째 '광수유통'을 운영 중인 이광수 대표. (사진=광수유통 제공)

    ‘광수유통’ 이광수(57) 대표는 한때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통했다. 그는 “반복되는 생활이 일상이 되다 보니 사업을 꿈꾸게 됐다”며 “물론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고 싶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업장을 운영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 시작 전 닭갈비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밝힌 이 대표는 지금의 맛을 찾기까지 꼬박 1년을 고생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맛과 사람들이 찾는 맛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스무평이 조금 넘는 자그마한 곳에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홀로 일을 도맡아 했다던 이 대표는 아내가 인정하는 ‘달인’이다. 기자에게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손 소독 등을 마치게 한 뒤 작업장으로 안내한 이 대표는 “지금도 물량이 밀린다 싶으면 닭을 뜬다”며 작업 과정을 직접 시현했다.

     

    직접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광수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직접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광수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깔끔하게 정돈된 작업실 내부. (사진=신초롱 기자)
    깔끔하게 정돈된 작업실 내부. (사진=신초롱 기자)

    작업장 내부는 물기와 먼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상태였다. 냄새가 날 법한 생닭에서도 비릿한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위생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작업장 온도는 늘 15도를 유지하기에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닭갈비가 맛있으려면 양념도 중요하지만 신선한 닭이 우선돼야 한다. 작업장 어디에도 닭이 쌓여있지 않았다. 주 3회씩 닭을 공수해온다는 이 대표는 “하루 평균 작업량은 400~500kg 정도고, 많을 때는 700~800kg 정도다”고 밝혔다. 닭을 쟁여놓지 못하는 이유는 ‘신선함’을 유지하려는 이 대표의 신념과 밀려드는 주문량의 합작인 셈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작업실 내부. (사진=신초롱 기자)
    깔끔하게 정돈된 작업실 내부. (사진=신초롱 기자)

    이 대표는 운이 좋게도 큰 고비와 적자 없이 운영해오고 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굳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자면 조류독감 등으로 인해 닭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때다. 냉동닭조차도 구하기 힘들었다던 그는 “닭을 구하러 성남, 용인, 경산 등 안 가본 곳 없이 다 다녔다. 밤에 가서 새벽에 넘어오기도 했다”며 “그마저도 닭을 구하지 못했던 사람이 수두룩했다”고 말했다. 또한 제때제때 들어오지 않는 거래처의 미수금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는 한다고 귀띔했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온 가족이 다같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고 밝힌 이 대표는 일요일도 쉬지 않는다. 거래처와의 약속과 소매로 찾는 고객들을 위한 마음에서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 번을 제외하고 11년 동안 쉰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아내의 소원은 가족 모두가 여행을 함께 가보는 것일 정도.

    이 대표가 쉬지 못하는 이유는 닭갈비 양념 비법을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직접 개발한 양념에는 무려 25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모두 국내산 농산물이다. 그 중에는 ‘인삼’과 ‘꿀’이 첨가돼 입에 감기는 맛을 낸다. 건강하고 깊이있는 맛을 내기 위함이다. 그냥 먹어도 좋은 음식을 닭갈비 양념에 넣었으니 맛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의 사업장은 별다른 마케팅없이 입소문만으로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단골인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힌 이 대표는 이로 인한 홍보 효과를 최근 톡톡히 봤다. 그는 “수천 명이 동시 접속을 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다”며 얼떨떨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온라인 주문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이광수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온라인 주문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이광수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광수닭갈비’ 온라인몰 평점은 5점 만점에 4.95점이다. 고객들은 모두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 건강한 맛에 한 번 놀라고, 신선함에 또 한 번, 재료를 손질할 필요없이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게 포장된 섬세함에 또다시 감동한다는 후문이다.

    최근 온라인 판매 비율을 늘리면서 ‘광수닭갈비’를 찾는 이들은 국경을 뛰어넘을 정도다. 서울, 광주, 제주도 등지에도 다수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필리핀 세부, 베트남 하노이, 다낭 등에까지 수출 요청을 받았다는 이 대표는 지난해 필리핀 세부에 체인점 오픈을 도우며 닭갈비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다.

    해외 진출 시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은 현지의 재료로 어떻게 본고장의 맛을 시현하느냐다. 레시피를 그대로 전수해줬음에도 현지의 식재료만으로는 100% 맛을 끌어내기 어려운 게 사실. 또 현지인이 선호하는 맛이 한국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배가 된다.

     

    (사진=광수유통 인스타그램)
    (사진=광수유통 인스타그램)

    이 대표는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 본연의 맛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일례로 현지 과일을 가미해 양념맛을 발전시켰다. 그 덕분인지 매장은 현지인과 관광객이 5대 5 비율을 이룰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세부 진출을 계기로 해외 진출 사업을 더 크게 확장시키려 했던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상태지만 확산이 멈추게 되면 해외 진출 사업을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름을 내걸고 하는만큼 믿고 먹을 수 있는 올바른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닭갈비가 국내를 뛰어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음식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