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故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은 어떤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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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故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은 어떤 의미?

    • 입력 2020.07.21 09:28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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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계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지난 7월 6일 오전(현지시간) 로마에서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외국 영화를 어느 정도 봤다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엔니오 모리꼬네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음악 작곡가로 선정될 정도로 한국 영화애호가들에게도 친숙하다. 그의 음악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故 엔니오 모리꼬네의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베르디-푸치니를 잇는 뛰어난 작곡가라는 코멘트를 내놓고 있다. 우리도 SBS가 지난 10일 그의 2007년 첫 내한 공연 실황을 방송했다. 여기서 고인은 한국 관객들이 자신의 음악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인의 수준높음을 언급했다. CJ CGV는 지난 16일부터 ‘시네마 천국’ 등 고인이 음악을 만든 대표작품 5편을 차례로 만나보는 특별 기획전을 열고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1955년 영화 음악을 시작한 후 500여 편에 육박하는 곡을 작곡했다. 비(非)미국인으로서는 미국영화음악을 가장 많이 만들었던 셈이다.

    고인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시네마 천국’, ‘미션’, ‘언터쳐블’, ‘러브 어페어’ ‘천국의 나날들’, ‘벅시’ ‘말레나’ 등의 명작을 남겼다.

    모리꼬네는 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며 트럼펫과 작곡을 익혔다. 멜로디는 쉬우면서도 클래식과 재즈, 컨트리,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결합하는 ‘융합적 시도’로 엔니오 모리꼬네만의 음악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영화음악이 음악의 하위 장르 내지는 부속품이 아니라, 음악이 영화를 영화답게 만들어주면서 시너지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시네마천국’은 토토라는 인물의 성장과정에 영사기사 알프레도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사랑, 우정과 추억 등 내면의 눈을 그려낸다. 여기에서 모리꼬네의 음악이 결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고인은 특히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등 마카로니(스파게티) 웨스턴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황야의 무법자’의 휘파람 소리와 앵앵거리는 사운드는 그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지금도 간혹 TV 다큐물에서 애리조나나 텍사스 교외가 나오면 조건반사처럼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어디서 들려오는 것 같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유행했던 서부영화는 존 포드 감독의 ‘역마차’(1939) 등 정통서부극과 엔니오 모리꼬네가 활약했던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나눠진다. 정통서부극은 백인이 권선징악의 주체자다. 문명-야만, 선-악 구분이 확실하다. 항상 백인이 어려움에 처한 마을과 그곳에 사는 사람(여성과 아이 포함)들을 구해준다. 여기에는 존 웨인, 그레고리 펙, 게리 쿠퍼가 등장했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선악이 불분명하고, 잔인하기도 하며 인디언을 나쁘게 그리지 않는다. 주로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시거를 물고 등장한다. 마카로니웨스턴은 수정주의 서부영화를 대표했다. 

    정통서부극만 보던 사람들은 처음 마카로니 웨스턴을 접했을 때, 선악구분의 모호함으로 인해 뭔가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만큼 할리우드 영화에 많이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할리우드 영화 음악인으로 활동하면서 이탈리아인으로서의 자신의 색깔과 정체성을 잘 지켜나갔다. 이 점은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인연이 늦어진 이유로도 보인다.

    고인은 2016년 88세의 늦은 나이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더 헤이트풀8’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86년 영화 ‘미션’의 주제곡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만들었을때 이미 상을 받았어야 했다. 이 명작은 세라 브라이트먼이 부른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이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공부할때 모델로 참고했다는 이탈리아 이민계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64세가 됐어야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을 수 있었다.

    여기서 굳이 서구 세계가 동양을 신비 아니면 야만으로 본다는 탈식민주의 이론의 거장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인용할 필요는 없다. 

    민족주의나 국수주의 영화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우리도 BTS와 영화 ‘기생충’이라는 글로벌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미국인의 시선이 중심이 되는 때로는 문화적 편견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콘텐츠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문화 콘텐츠도 다양성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들은 그런 점에서도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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