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삼시세끼 어촌편5’의 기막힌 리얼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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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삼시세끼 어촌편5’의 기막힌 리얼 스토리텔링

    • 입력 2020.07.14 17:15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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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사골도 이런 사골이 없다.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이야기다. 이 콘텐츠는 변주를 계속 이어간다. 좋게 말하면 변주지만 비슷한 것의 반복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과도 닮아있다. 삼시 세끼 먹고 직장(학교)을 가거나 재택근무(온라인 수업)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대다수의 삶이다.

    나영석 PD의 tvN ‘삼시세끼’는 여행과 음식을 주요 소재로 하는 특화된 리얼 예능이다. 농촌, 어촌, 산촌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방송을 해도 반응이 좋다. ‘삼시세끼 어촌편5’은 지난 10일 방송된 감독판 시청률이 8.6%로 종영했지만, 최고 시청률 12.2%를 비롯해, 직전까지도 두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이다.

    물론 나영석 PD가 마지막회에서 죽굴도 화재 사건에 대해 시청자에게 발빠르게 사과하는 등 소통을 잘하기도 하지만, 콘텐츠로 볼때 비슷함을 반복하는 데도 놀라운 시청률을 계속 기록하고 있음은 특기할만한 사안이다.

    ‘차이는 반복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들뢰즈의 ‘차이와 반복’)는 명제를 가장 잘 해석한 것일까?

    혹자는 ‘삼시세끼’가 시청률이 높았던 것은 자고 일어나면 큰 사건이 터져있는 대한민국에서 아무 생각없이 시골에서 끼니 생각만 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편안함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하룻밤 자고 나면 엄청난 일들이 일어난다. 과거 같으면 일년에 한두번 터지는 일들이 거의 매주 발생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삼세세끼’에서는 물고기가 잡혔나? 통발안에 뭐가 들어왔냐? 오늘 메뉴는 무엇으로 할까? 닭이 알을 몇개 낳았냐?와 같은 것만 관심사다. 복잡했던 삶이 단순해진다.

    이번 ‘어촌편5’는 하늘이 도운 스토리텔링 덕도 봤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드라마틱했다. 그러니 카메라에 들어오는 프레임은 거의 비슷해도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가 생겼다. 

    ‘삼시세끼 어촌편5’은 첫 게스트로 공효진이 왔을때, 낚시와 통발 조과는 모두 꽝이었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먹을 게 없다는 것. 고난의 섬 생활이 스토리텔링의 출발이었다.

    공효진이 섬에 와서 풀만 먹고간 현실. 식재료가 없어 유해진이 감자와 고구마로 저녁 한 끼를 만들면서 P(감자)와 SP(고구마) 메뉴를 시키라고 하자 손호준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더욱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계속 버티니 좋은 날이 왔다. 그것도 유해진이 무려 66cm 대형 참돔을 낚는 행운을 안았다. 덕분에 두번째 게스트인 이광수는 공효진에 비해 참돔과 문어 등 해산물을 풍족히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광수는 일만 하다 갔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게스트인 이서진은 일관성 있게 일을 별로 하지 않는 ‘찐 게스트’였다. 이서진은 ‘손이 차유’(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에게 “뭘 그렇게 열심히들 살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서진은 일을 별로 안하는 문자 그대로 게스트(도련님)였다. 이서진은 손으로 계속 돌려야 불을 살릴 수 있는 강력햐(풍로)를 선풍기로 대체해버렸다. 마음 편하게 있던 이서진은 문어숙회, 닭백숙, 소고기뭇국 등 풀세트로 먹고갔다. ‘백숙정’에서의 식사는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만약, 리얼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공효진과 이서진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재미가 훨씬 덜했을 것이다. 고생 끝에 낙, 해피엔딩의 스토리텔링. 나영석 PD에게는 운도 따랐다.

    ‘삼시세끼 어촌편5’은 과거 인기리에 방송된 ‘효리네 민박’의 삶과도 맥락이 닿아있기도 하다. 이효리가 바쁘고 경쟁적인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제주에 거주하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것과 농촌과 어촌에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삶의 근간은 같다.

    이효리는 자신의 집에서 민박하러온 손임들에게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심심함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말한 것도 삼시세끼 라이프와 같은 삶의 방향이다.

    ‘힐링’에 관련된 책을 보면, 그 실천목록들이 거창한 일보다는, 석양 산책, 기지개 켜기, 강아지 쓰다듬기, 일과 중 커피 마시기, 일과 후 맥주 한잔처럼 소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삼시세끼’의 삶과 정확하게 매치된다. 

    ‘삼시세끼’의 삶은 압축성장 이후에 우리가 지향함직한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복잡보다는 단순, 문명보다는 자연,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개발보다는 생태, 채워넣기보다 덜어내기의 삶이 사람들에게 중요해졌다. 아니, 이제 코로나19로 과거와 같은 삶을 그대로 살 수도 없다.

    ‘삼시세끼’의 삶은 도시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회식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코로나19로 이런 움직임이 둔화됐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복잡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바쁘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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