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이순재 前 매니저 사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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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이순재 前 매니저 사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입력 2020.07.07 11:01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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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요즘 연예계 최고 관심사 중의 하나는 원로배우 이순재의 전 매니저 사건이다. 이순재의 로드매니저로 두 달간 일한 김모씨가 “매니저가 아닌 머슴이었다”고 폭로한 사건은 자극적인 제목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본질이 가려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고, 신뢰 하나로 일하는 관계가 형성되는 매니저와 원로배우 사이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생각하면 실로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매니저의 업무 범위와 기준을 더욱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순재는 연기자들의 세계에서는 가장 큰 어른이다. 최후의 보루 같은 분이다. 후배들은 그분의 인격을 믿고 있다. 고령에도 왕성한 그분의 연기 열정은 여전히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순재는 아내가 매니저에게 쓰레기 분리수거 등 허드렛일을 시키데 대해서는 여러 번 사과를 했고, 지금까지 거쳐간 많은 매니저들도 사적인 일을 해줬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머슴살이 운운은 지나치다고 본다. 

     

    이순재는 직접 쓴 사과문을 통해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철저하고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오랜 제 원칙을 망각한 부덕의 소치였음을 겸허히 인정합니다”면서 “가족의 일과 업무가 구분되지 않은 것은 잘못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매니저의 업무영역에 관한 문제이고 또 하나는 매니저의 처우에 관한 문제다. 후자는 이순재가 논의의 파트너가 아니다. 이건 매니저가 소속사 사장과 논의해야 하고, 4대보험과 계약서 작성 등 작업조건이 안맞으면 회사를 떠나거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버려야 한다.

    전자를 살펴보기 위해 선배 매니저들의 여건과 상황을 조금 살펴보자. 매니저라는 직업도 ‘갑툭튀’가 아니라 역사성을 가지고 현재까지 왔다.

    2000년대 초반 연예인의 매니저 월급이 너무 적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매니저에게 물었다. 월 50만원은 너무 적지 않아요? 돌아오는 답변은 ‘일을 배워야 하니까’ 또는 ‘...’이었다. 매니저라는 직업이 연예인도 만나고 방송국이나 공연장에도 갈 수 있어 젊은이들에게는 ‘재밌는 직업’으로 비쳐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 매니저를 고용하는 몇몇 기획사 사장에게 왜 적게 주냐고 물어봤다. “다른 데도 적게 주니까” “앞으로 사장을 할 경험과 발판을 제공해주는데, 매니저에게 굳이 월급 많이 줄 필요 있나요. 월급 안줘도 일할지도 몰라요”

    어이가 없었지만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됐다. 지금도 매니저가 근무시간과 환경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급여가 적은 건 이런 인식의 역사성과도 관계가 있을 듯하다.

    그 다음은 로드매니저의 업무영역이다. 로드매니저는 업무특성상 연예인의 공적 영역과 사적영역을 수시로 오갈 수 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면 이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2018년, 가수 선미의 여자 매니저는 일정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선미 집에 가서 10여분간 선미를 깨운다. 엄마도 딸을 그렇게 못깨운다. ‘전참시’를 보면 선미가 매니저에게 허드렛을 시킨 것이다.

     

    따라서 세세하고 완벽한 매니저 업무 범위 지침을 만들 수는 없다 하더라도 매니저의 업무 가이드라인 정도는 만들어놔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지금처럼 문제를 삼으면 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순재 씨는 매니저가 사적인 일을 해준 것을 몸이 불편한 노인의 일을 도와준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매니저가 같은 일을 했다 해도 ‘도와주는 것’과 ‘갑질’은 명백히 다르다.

    매니저가 연예인의 사적인 일을 도와주는 것을 선의가 아니라, 원치 않았던 것을 했다 정도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양 자간 오해가 생긴 것이다. 그것이 머슴살이 또는 갑질로 보도가 되니 마음이 크게 상했을 것 같다. 매니저 입장에서도 이를 계기로 업무에 대한 기준이 좀 더 명쾌해진다면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연예인과 매니저는 동반자 관계다. 매니저라는 직업이 한국 연예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나아가 한류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직종이다. 연예인에게는 매니저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에서 서로 더욱 나은 관계를 위해 매니저 업무 규정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매니저의 열악한 처우문제는, 가령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을 하거나 4대보험 가입, 시간외 근무 인정 등의 문제는 연예인이 아니라 소속사 대표와 논의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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