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춘천 속 이탈리아 '수아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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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춘천 속 이탈리아 '수아마노'

    춘천 육림고개 이탈리아 가정식 레스토랑 '수아마노'
    유학파 오너 셰프, 지역 농산물 활용한 伊음식 선봬
    이탈리아 식문화에 담는 강원도 이야기
    육림고개 뉴트로에 이국적인 색채감 더해

    • 입력 2020.04.14 06:55
    • 수정 2023.09.07 12:39
    • 기자명 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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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이탈리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에는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백동현 셰프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웠다. 바로 자신의 레스토랑이 있는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탈리아 셰프 상당수가 그 지역에서 나는 싱싱한 재료를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한다. 이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는 백동현 ‘수아마노’ 대표다.

    수아마노 외부.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 외부. 사진/김나연 기자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 간판. 사진/김나연 기자

    춘천 육림고개에 위치한 수아마노는 유학파 오너 셰프가 강원 지역 농산물을 식재료로 이탈리아 가정식을 만드는 트라토리아(Trattoria)다. 트라토리아는 이탈리아어로 비교적 간단한 요리를 내는 곳을 의미한다. 즉 피자나 파스타, 리조또 등 격식 없이 편히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아식 집밥을 내는 식당이다.

     

    수아마노 백동현 대표.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 백동현 대표.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 백동현 대표는 “음식에는 그 나라 고유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며 “특히 현지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가정식을 알아야 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조리학과를 전공한 백 대표는 수년간 이탈리아, 프랑스, 아메리칸 등 양식 레스토랑에 근무하며 실전 경력을 쌓았다. 이때 비교적 단순한 조리법으로도 깊은 맛을 내는 이탈리아 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에 백 대표는 이탈리아 본토 음식 연구에 대한 열망을 품고 언어부터 익혔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나이 서른을 두세 달 앞둔 20대 끝자락에 수년간 번 돈을 끌어모아 이탈리아 비첸자로 떠났다. 유학 시절에는 학업 및 실습에 열중하면서도 쉐어하우스에 거주하며 현지인과 어울리고 그들의 식문화를 접했다. 그는 전 재산을 걸 만큼 소중했던 현지 경험을 그대로 들고 육림고개에 왔다. 그렇게 이탈리아를 춘천에 옮겨다 놨다.

    인터뷰 중인 수아마노 백동현 셰프. 사진/김나연 기자
    인터뷰 중인 수아마노 백동현 셰프. 사진/김나연 기자

    육림고개에 터를 잡은 이유를 묻자 그는 우연이 만든 운명 같다고 회상했다. 백 대표는 “육림고개는 아내와 함께 춘천에 처음 왔을 때 들렀던 곳”이라며 “고즈넉한 멋에 매료돼 이런 곳에서 트라토리아를 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밝혔다.

     

    수아마노 가지 라자냐.
    수아마노 가지 라자냐.
    수아마노 봄골레.
    수아마노 봄골레.

    특별한 인연이라는 생각에 지역에 부여하는 애정도 남다르다. 농가 살림을 위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고 이를 특화한 신메뉴도 개발한다. 기름에 튀긴 가지에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올린 ‘가지 라자냐’, 봉골레 파스타에 봄나물을 올린 ‘봄골레’ 등 매일 사용하는 신선한 식재료는 지역 농가에서 공수하고 있다. 

     

    수아마노 감자 뇨끼.
    수아마노 감자 뇨끼.
    수아마노 감자 뇨끼.
    수아마노 감자 뇨끼.

    특히 수아마노 감자 뇨끼는 강원도 특산물인 감자를 이탈리아 음식에 접목한 대표메뉴다. 수아마노의 감자 뇨끼는 겉을 살짝 굽는 방식으로 조리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백 대표는 이탈리아 음식인 뇨끼를 보면서 강원도의 향토음식 감자옹심이를 떠올린다.

    이런 발상이 친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를 이뤄낸다. 친숙함과 새로움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백 대표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이 장벽을 허물면서도 음식 자체가 가진 고유의 맛과 멋은 놓지 않는다.

     

    수아마노 해물크로스티니.
    수아마노 해물크로스티니.

    파전 가장자리의 바삭한 식감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는 해물크로스티니는 모르고 먹으면 이탈리아에서나 볼 법한 영락없는 양식(洋食)의 모양새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해물파전에 들어가는 새우, 오징어 등이 토핑 재료다. 맛을 보니 식감은 바삭한 파전이고 소스는 간장과 수제 두유마요네즈가 더해져 친숙하다. 이처럼 새로운 음식도 쉽게 다가가도록 재해석한 수아마노에서 실패하는 도전이란 없다. 모든 음식이 새롭지만 정겹고, 결정적으로 맛있다.

    수아마노가 추구하는 조화미(味)는 신구(新舊)세대가 공존하며 한국적 토속미(美)를 뽐내는 육림고개에 이국적인 색채를 더한다. 덕분에 육림고개는 다양한 ‘세대’와 ‘세계’가 융화된 콜라보의 장이 된다.

     

    수아마노가 입점한 청년몰 입구.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가 입점한 청년몰 입구.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 외관.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 외관.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 외관. 사진/김나연 기자
    수아마노 외관. 사진/김나연 기자

    백동현 대표는 “식당과 지역은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함께 자란다”며 “수아마노를 통해 손님들에게 이탈리아를 소개하는 동시에 이분들에게 춘천을 소개받고 있다. 이는 수아마노의 특별한 레시피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음식을 돈벌이 수단에 국한하는 순간 이런 교류는 불가능하다”며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 성장하면서 이탈리아 식문화를 알리고 여기에 춘천을 담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MS투데이 심현영 기자 90simh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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