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춘천 강동대장간 박경환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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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춘천 강동대장간 박경환 대장장이

    춘천 도심에 퍼지는 경쾌한 메질 소리 '강동대장간'
    박경환 대장장이, 2대째 전통 대장간기술 계승
    중국산·공산품에 사라지는 '장인정신' 불씨 지펴

    • 입력 2020.03.23 00:00
    • 수정 2023.09.07 12:39
    • 기자명 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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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소양로 강동대장간 박경환 대장장이. 사진/김나연 기자
    춘천 소양로 강동대장간 박경환 대장장이. 사진/김나연 기자

    새빨갛게 달궈진 쇠가 격렬한 불꽃을 튀기며 경쾌한 메질 소리에 길들여지는 광경을 도심 속에서 본다면 믿어질까. 춘천 소양로 도심 속 ‘강동대장간’은 반백년 넘게 자리를 지킨 도내 유일한 재래식 대장간이다.

    1963년 문을 연 강동대장간은 57년 세월 동안 공장 대량생산과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맞서 외로이 전통방식의 수제 철기 제작기술을 계승하고 있다. 시뻘건 화덕 앞에서 땀범벅이 된 채 쇳덩이와 씨름하는 모습을 보니 경외심까지 든다. 이를 두고 ‘대장장이의 고집’이라 하는 걸까.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가마. 사진/김나연 기자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가마. 사진/김나연 기자
    달궈진 쇠를 두드려 단련하는 메질 작업. 사진/김나연 기자
    달궈진 쇠를 두드려 단련하는 메질 작업. 사진/김나연 기자
    메질에 열중하고 있는 박경환 대장장이. 사진/김나연 기자
    메질에 열중하고 있는 박경환 대장장이. 사진/김나연 기자

    강동대장간 박경환 대장장이는 선친인 박수연 대장간기능전승자의 기술을 전수받아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인 강지영 대표 역시 재래식 농기구 판매와 함께 대장간의 전통을 알리는 체험학습실 ‘대장간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아들 박성경 씨는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진로까지 바꿨다. 성경씨는 대학에서 금속 관련 학과를 전공하며 소재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그야말로 온 가족이 대장간에 인생을 걸었다.

     

    박경환 대장장이 아내인 강지영 대장간이야기 대표. 사진/김나연 기자
    박경환 대장장이 아내인 강지영 대장간이야기 대표. 사진/김나연 기자
    박수연 대장간기능전수자의 기능전승자 증서. 사진/김나연 기자
    박수연 대장간기능전수자의 기능전승자 증서. 사진/김나연 기자

    이곳에서 만들지 못하는 철기구란 없다. 낫, 호미, 칼 외에도 쇠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철기구를 주문받는다. 하지만 모든 제작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에 제작하는 농기구라야 10개 남짓이다. 온종일 낫만 만들어도 개당 500번 이상의 메질이 필요해 반강제적 ‘한정수량 판매’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강동대장간이 명맥을 지킨 이유는 단연코 비교 불가한 품질이다.

    그저 똑같은 호미, 낫처럼 보여도 써본 이들은 안다. 눈썰미가 있다면 보기만 해도 안다. 강동대장간 물건 쓰다가 공산품, 중국산은 못 쓴다는 사실을. 강동대장간을 찾는 고객들은 “이곳 물건은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고 신망이 두텁다.

     

    강동대장간의 철제 공기구. 사진/김나연 기자
    강동대장간의 철제 공기구. 사진/김나연 기자
    강동대장간의 호미. 사진/김나연 기자
    강동대장간의 호미. 사진/김나연 기자

    또 귀촌해 텃밭을 가꾸는 고객들에게 명성이 자자하다. 기능성이나 내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을 위한 농기구라는 것. 애지중지 키우는 텃밭 농작물의 풍흉이 달렸으니 농기구를 보는 눈이 오죽하랴. 이처럼 오랜 세월 변함없는 고품질 철제품이 성능을 인정받는 덕에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까지 제작 주문이 들어온다.

    박경환 대장장이. 사진/ 김나연 기자
    박경환 대장장이. 사진/ 김나연 기자

    그렇다면 왜 같은 쇠로 만드는데 품질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걸까. 기자의 우문(愚問)에 대장장이는 헛웃음을 짓고 만다.

    박 씨는 “같은 쇠라는 건 있을 수 없다. 각각의 철기마다 기능과 역할에 따라 재질을 달리해야 한다”며 “강한 쇠는 쉽게 부러지고 무른 쇠는 예리하기 어렵다. 이를 조절하는 것이 대장장이의 능력”이라고 했다. 

    즉, 제품의 쓰임새에 맞게 쇠의 단련 정도와 연성을 조절하는 것이 대장간기술의 핵심이다. 그야말로 전통이 깃든 날것의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맞춤제작)’인 셈이다.

    박 씨는 “내가 만들지 않은 물건은 팔아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내가 만든 물건만 팔겠다”며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모든 게 저절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MS투데이 심현영 기자 90simh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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