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조국 사태가 남긴 어두운 단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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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조국 사태가 남긴 어두운 단면들

    • 입력 2020.02.03 09:24
    • 수정 2020.02.03 10:5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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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조국 사태로 드러난 어두운 단면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과거 조국을 들여다보자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조국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먼저 상상을 초월한 조국의 부정의혹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조국은 정의의 사도로 자처해왔기에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감정은 절망에 가깝다. 남의 잘못을 꼬집고 찌르고 후비는 그 시간에도 자기와 가족을 위해 불법과 편법을 자행했으니 보통사람은 아니다. 자신과 가족이 받게 될 수사의 기본준칙마저 바꾸면서 자신들에게 제일 먼저 적용했으니, 능력도 출중하다. 그러면서 파렴치하게 공정을 외치고 있고, 검찰개혁을 하려다 희생당한 순교자라고 하니, 얼굴도 꽤 두껍다. 자신과 가족사건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데, 고위공직자의 추한 모습이다.

    둘째, 조국을 임명한 대통령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본인의 명백한 위법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후보를 사퇴시키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가 된다며 임명을 강행했지만, 지금까지 공직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를 벗어난 의혹으로 물러났지, 위법행위를 이유로 물러난 경우는 없다. 언론의 검증보도와 검찰수사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부적격인 자에 대한 임명강행은 독선이며 국민을 무시한 처사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작년 12월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작년 12월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셋째, 조국임명과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가슴 아프다. 참여연대는 현 정부와 공동정권이라고 할 정도로 참여연대 출신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 편을 들 수밖에 없다지만, 관변시민단체로 전락되었으니 타락해도 너무 타락했다. 참여연대는 국가사회의 부조리를 가장 많이 비판해 왔고, 특히 지난 보수정권에서는 비판에 비판을 했기에, 그만큼 더 실망이 크다.

    넷째, 조국과 그 일가의 검찰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가관이다. 조국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본인은 물론 가족도 성실히 수사에 응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은 늘 그러하듯 간데없다. 자신이 결백하면 검찰의 범죄 의혹 제기에 대해 책상을 치고 고함을 치더라도 결백을 주장할 텐데, 전략 운운하다니 씁쓸하다. 청와대는 조국에 대한 검찰의 인권침해 여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는데 인권위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몫이다.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을 지냈고 게다가 대통령에게 마음의 빚까지 지운 사람에 대해 인권침해를 운운하다니 매우 어색하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걸려 있던 검찰 규탄 현수막의 조 전 장관 얼굴 부분이 누군가에 의해 찢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걸려 있던 검찰 규탄 현수막의 조 전 장관 얼굴 부분이 누군가에 의해 찢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섯째, 법원의 태도에 대해서도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계좌추적도 여러 번 거절되었고, 휴대폰만 압수하면 지루한 공방도 필요 없고, 국가 국민 언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법원은 이유를 알기 어려운 소극적 태도로 독립을 스스로 내려놓고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제일 먼저 수거하는 것이 블랙박스인데, 자동차의 블랙박스 격인 휴대전화의 수거를 불허하는 것은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

    여섯째, 장관 1명 때문에 나라가 갈라지고 있어, 가슴이 찢어진다. 가족, 친구, 동료 간에도 필요 이상의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의 조국 임명과 편들기에 기인한다. 대통령은 통합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서까지 했는데, 한쪽만 보고 편까지 든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진영대결도, 상식 비상식의 대결도 아니다. 개인과 가족의 위법행위에 불과하다. 참고로 2019년 사법연감에 의하면 검사가 구속기소한 사건에서 0.5%만 무죄로 선고되었다.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열린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열린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권마다 검찰개혁이 화두였는데, 검찰개혁의 본질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의 확보’가 아니라 ‘검찰의 정치권력으로부터 중립성 확보’에 있다. 법무부장관은 40일 입법예고 기간도 생략한 채 직제를 고치고, 인사권으로 수사 중인 검찰을 주저 없이 해체시켰다.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덮으려고 정부·여당이 모두 나서 검찰총장을 겁박하고 쫓아내려 하는 작금의 상황은 검찰개혁의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조국과 정경심은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서 마치 탄압받는 코스프레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자신들의 파멸을 모르는 것 같아 연민의 정마저 든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자신을 감추고 가릴 수 있는 옷으로 여기지만 진실의 힘 앞에 거짓은 버티기 어렵다. 거짓말은 거짓을 감추기 위해 반복되고, 반복되며 자라다가,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진실은 거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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