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BTS와 ‘기생충’, 그리고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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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BTS와 ‘기생충’, 그리고 한류

    • 입력 2020.01.28 08:40
    • 수정 2020.01.28 08:41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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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요즘은 그룹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 덕분에 한국인들은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오래전부터 한류는 있어왔지만 북미, 남미, 중미 지역에서 한국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미국은 문화할인율(문화가 국경을 넘을 때 생기는 이질감)이 높아, 한국 대중문화가 미국의 메인스트림(주류문화)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난공불락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이 이 일을 해냈다. 둘 다 미국 주류문화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거나 현지 반응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아직 그래미 어워드 본상 수상은 못 했지만, 빌보드의 정상을 밟았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3관왕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이어 ‘그래미 어워드’까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서 모두 공연하는 기록을 지니고 있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덕분에 글로벌 아미들 사이에는 ‘한영어(韓英語)’가 유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Oppa is jinjja cute’(오빠는 진짜 귀여워)와 같은 식이다. 영어권 아미가 “방탄소년단의 노래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한국인들이 부럽다”는 말을 할 정도다.

    글로벌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이 외국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걸 오히려 싫어한다. 남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면 감성이 달라진다. 서양인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신비감과 호기심, 우리 고유의 가치와 매력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영화 ‘기생충’은 이미 세계 선수권대회 우승 격인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은 유럽영화계와는 별개의 영화를 만들어오며 아카데미상이란 걸 따로 운영하고 있다. ‘기생충’은 전미 비평가협회 작품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 앙상블상 등 북미 영화 관련 상을 차례로 받고 있다. 미국에서 ‘시상식 도장깨기’ 형태의 수상행렬을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미국 극장 상영관 수를 620개까지 늘리며 미국에서 장기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다. 이제 오는 2월 9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하나만 남겨놓은 셈이다.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은 미국 배우조합상을 받은 ‘기생충’과 미국 제작자조합상을 수상한 ‘1917’이 경합하는 모양새다. 만약 ‘기생충’에 작품상을 준다면 아카데미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그럴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점쳐진다. 대다수 미국 영화 관련 시상식에서 수상했고, 미국 흥행에도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배우조합상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직접 뽑아 주는 상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중 15%가 배우로 구성돼 있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됐다.

     

    봉준호 감독(위에서 왼쪽 세번째)과 출연 배우들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26회 미국영화배우조합(SAG) 어워즈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에 해당하는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 인 모션픽처' 부문을 수상한 뒤 상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위에서 왼쪽 세번째)과 출연 배우들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26회 미국영화배우조합(SAG) 어워즈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에 해당하는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 인 모션픽처' 부문을 수상한 뒤 상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본주의 첨단 국가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흥행과 이슈에 목말라 있다. 남녀주연상을 모두 흑인배우(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에게 준 2003년이 아카데미의 역사를 새로 썼듯이, 올해도 분명 새로운 이슈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 이슈의 주인공이 ‘기생충’이 되기에 적합한 상황이다.

    이미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로컬”이라고 할 때부터 북미 언론에서 큰 관심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멘트의 효과가 매우 크다. 아카데미는 아직 비영어권 영화에 작품상을 준 적이 없다.

    하지만 만약 아카데미상을 못 받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기자는 이미 배우조합시상식에서 뜻깊은 장면을 봤다. 배우와 감독 등 제작진들이 스스로 시상식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와는 이질적인 공간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어색함을 조금도 볼 수 없었다. 이선균의 활짝 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이 순간만은 확실히 즐길 거야” 하는 태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의 선전으로 미주 지역에서 코리안 컬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 대중문화가 이룬 가장 보람 있는 성취다.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이 미주까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이들이 청춘의 고뇌와 자기애, 청소년 폭력 예방, 가진 자의 각성 등 세계적으로 공감할만한 내용들을 세련되게 던지기 때문이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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