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을 보고 병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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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색을 보고 병을 진단한다

    [김도경의 동의보감]
    안색에 따른 병 진단법

    • 입력 2024.04.30 00:00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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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서양의학은 검사나 병명을 중요하게 여겨 나타나는 증상을 바로 없애거나 검사상의 수치를 정상 범위 안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반면, 한의학은 체질적 흠을 보완하여 인체를 원상 회복되게끔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나타나는 증상보다는 체질적인 약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지요. 따로 x-ray나 CT, MRI, 초음파, 피검사를 하지 않으며 한의학적인 독특한 방법으로 진단을 합니다.

    체질적 약점을 찾는 진단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맥을 보거나, 증상을 직접 묻거나, 얼굴 생김새를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눈·코·귀·입의 형태를 보거나, 손가락·발가락의 이상을 살피거나, 점이나 기미의 위치로 살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안색을 살피는 것입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좋은 과일을 고를 때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두드려 보기도 하지만 우선 때깔이 좋은지부터 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안색을 살핀다는 것은 얼굴의 색 혹은 때깔이 좋은지 나쁜지 보는 것입니다. 색은 기본적으로 흰색,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 등 5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속의 상태가 안 좋으면 반드시 외부로 드러난다고 보는데, 보통 병색이 나타난다고 하지요. 폐가 약한 사람은 흰색, 심장은 붉은색, 비위는 노란색, 간은 푸른색, 콩팥은 검은색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흑인은 늘 콩팥이 나쁘냐고 혹시 질문하실지 모르겠지만 색깔 자체만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검더라도 윤택이 나고 색이 밝으면 괜찮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40대 여성분이 소화가 안 되고 생목이 오른다면서 치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미 병원에서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은 뒤였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식도염 외에도 만성 변비, 잦은 두통, 야간 기침, 수면장애 등도 있어서 진해제(기침약), 변비약, 수면제도 복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 특징 중 하나가 안색이 노랗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은 자기 얼굴을 늘 봐서인지, 얼굴이 노랗다는 걸 못 느끼고 계셨습니다.

    맥을 보려고 손을 보니 손바닥 색도 노란색이었습니다. 흔히 얼굴과 손이 노랗게 나타나면 황달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데 그건 아닌 것이, 황달은 눈동자와 손톱까지 노랗게 되어야 합니다. 아무튼 안색이 노랗다는 것은 비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소화제나 식도염 약을 먹기보다는 비위 기능을 바로잡는 한약을 써야 합니다. 변비와 두통, 기침 역시 비위 기능이 떨어지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므로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변비가 있다고 해서 변비약을 먹고 기침을 한다고 해서 기침약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안색을 보고 체질의 약점을 찾아 병의 원인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러면 안색만 보고 처방과 치료가 다 될까요? 그건 물론 아닙니다. 안색을 보는 것은 체질적 약점이나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보면 됩니다. 안색 외에 맥을 보거나 이목구비의 모양을 보고 증상과 생활 방식 등도 물어봐야겠지요. 쉽게 말해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했을 때 경찰은 최대한 여러 가지 단서를 모아야 도둑을 빨리 잡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단서만 갖고 다 잡을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참고로 늘 먹는 음식들도 색깔별로 오장육부에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붉은색 음식은 심장에 좋다고 해 수박은 심장의 열을 식히고 대추는 심장을 안정시킨다고 하지요. 검은콩, 검은깨, 미역, 밤 등 검은 음식은 콩팥에 좋다고 합니다. 부추, 미나리, 달팽이 등의 푸른 음식은 간에 좋은 음식이 되며 배, 도라지, 복숭아, 마 같은 흰색 음식은 폐에 좋은 음식이 됩니다. 비위가 안 좋은 분들은 귤껍질, 좁쌀, 호박, 생강 등이 좋습니다. 하지만 음식은 음식일 뿐 약은 아니므로 참고만 하시고 불편함이 있으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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